설교 – 은혜의 자기 합리화

성경 본문: 고린도전서 15:10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쳐 목사로서 50년간 사역을 건실하게 한 분으로 후배 목사들의 존경을 받는 전은상 목사의 회고록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회고록의 첫째 멘트가 “저의 성역, 모두가 주님의 은혜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주의 은혜라는 말은 비단 연로한 목사님의 고백만이 아니라 교회를 좀 다녀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문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모든 것이 달려있으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는 말은 신중하지 않으면 자칫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니까 나는 할 것이 없고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야 할 수 있다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교인들은 때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뭔가 영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특별한 이적과 기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오해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치열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 살아 내야 하는 당위성을 흔들어 놓습니다. 치열한 영적 싸움 없이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다는 사실을 은폐시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오해는 부주의함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오해를 하고 싶은 우리 본성의 게으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자기합리화는 신앙의 열심을 미지근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는 것의 대표적인 성경구절이 오늘 본문인데, 이는 바울의 신앙고백적 표현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이룬 많은 수고의 열매가 자신이 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삶을 보면 그냥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냥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주의 나라를 위해 땀 흘려 사역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이냐 정신 없는 말을 하거니와 나는 더욱 그러하도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23-27)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한 바울의 삶은 하나님나라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사역한 사람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은 처절한 영적 전투를 수행한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적 전투 가운데 있지 않는 자들에게 선포되는 하나님의 은혜란 어쩌면 그들을 더욱 나약하고 게으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거저 주시는 선물임을 듣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구원의 은혜의 이면에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오래 전부터 계획하시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성자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매맞고 피 흘리시기까지 하신 헌신으로 주어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령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하나님의 기업으로 삼으시기 위해 지금도 일하시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우리들입니다. 우리들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처럼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루기 위해 열심을 다해 땀을 흘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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