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의 날을 맞아 만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땅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씁니다. 이러한 특별한 날만이 아닌 평소에도 따뜻한 말로, 진실된 마음으로 부모님께 자주 얘기하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부족한 아들을 이해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순종적으로 잘아온 저와 상반되는 형 때문에 많은 걱정과 노력을 하신 것 잘아요. 표현하시진 않았지만 언제나 저를 사랑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다는 것도요. 그렇지만 슬프게도 어린 나이의 저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드릴 수 없었고 저만의 고뇌와 방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것을 아시는지, 그리고 또 어린 나이에 유학 길로 떠나 보내셔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까지도 미안해하시고 죄책감을 안고 사시는 특히 어머님의 모습이 항상 눈에 밟힙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께서 온전히 이해해 주실 수 없다는건알지만, 하나님 안에서 저는 제 가치관과 삶의 목표와 평화와 사랑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그것들을 함께 나누며 같은 길을 바라보며 사는 아내와 저만의 가정도생겼구요. 오히려 저희 걱정보다는 어머니와 아버지 본인을 걱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강한 분들이시라 걱정할게 하나도 없었는데, 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같이 세월을 보내신 부모님의 모습이 이제는 제 눈에 너무 선합니다. 차남이라서, 한국에는 뜻이 없어서 많은 책임감들을 내려놓고 이 땅 캐나다에 와서 살수 있는 핑계들이 있었지만, 말로는 부모님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막상 부모님을 떠올릴 때는 애잔한 마음이 제 눈가를 촉촉하게 합니다. 함께하지 못하고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하는 못난 자식으로써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먼저 어머니, 30년이 넘는 세월을 아버지, 저희 형제 뒷바라지하시면서 고생하신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이제는 볼 때면 너무 가슴 아픕니다. 평생을 저희를 위해서 일하셨지만 막상 어머니가 가장 힘들 때 힘이 되어 준건 가족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업과 열정들 그리고 지인 분들 이었다는 게 아직도 죄송합니다. 이제나마 가족들이 그것을 깨닫고 어머님께 돌아오라고, 그래서 함께하자고 손 내미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쥐고 계신 것들 때문에 놓기 힘들어 하십니다. 이제는 저희의 안정되고 성공된 미래를 위한 노력보다는, 어머니 스스로를 돌보시고 가꾸시는 시간을, 아버지와 좀더 남은 여생을 행복한 기억들을 남기면서 살수있는시간들을 보내시길 아들로써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삼 남매의 장남으로써, 남편으로써, 아버지로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셨던 지난날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외롭게 홀로 꿋꿋히그리고 성실히 가족을 위해서 노력하셨던 가장이신 것 같습니다. 가장 가족들을 그리워하시고 갈망하시고 노력하셨던 아버지인걸 알기에, 지금 이순간 제가 한국에 있기를 가장 바라시는 분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께서 우시는걸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 유학 가는 걸 울면서 반대 하셨던 걸 어머니와 큰이모가 설득하셨다는 얘기를 전달 받았을때, 정말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유학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낭비하지 않을수있던이유는 먼 땅에서 일지라도 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부모님의 사랑 덕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전 때문인지 아니면 젊은 날 너무 많은 고생들을 하셔서 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많이 안 좋아지신 건강을 회복하시고 잘 관리하시면서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형제가 조금이라도 더 효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한번도 고백하지 못한 제 마음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사실 기독교가 단순히 종교이다라고 생각하시고, 아들이 유학생활간에 많은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너무 심취하여 제 삶을 버리고 종교자의 길로 들어설까 봐 노심초사 하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는 저에게 삶의 이유와 목적을 주셨고, 지금의 가치관을 세워주셨으며,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나의 삶 속 하나하나에서 같이 걸어 오셨습니다. 벌써 10년이란 믿음의 세월 동안 저는 수없이 하나님의 실제 하심을 경험했고,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주님, 구원자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세상의 일들로 고통 받는 저희 가족을 볼 때, 함께 하나님 앞에 나아가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고통 받으시며 신음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기독교인들 간의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하나님 나라, 천국에서의 시간을 염원하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 이 캐나다 땅에서, 함께 천국에 대한 염원이 없는 내 부모님, 나의 혈육이시고 뼈를 깎아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그 천국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저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지금의 이 말들이 부모님께서 교회에 나가거나 신앙을 줄 수 있을거라생각하진 않지만, 어머니 아버지의 삶의 평화와 구원이 저에게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조금 더 사랑하면서 서로 베풀면서 화목한 가정이 되길 소망하며, 지금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노고와 사랑에 감사하며 이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강민수 목자 / 비쉬켁 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