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토론토 등대교회 밀알 목장의 목자 장준규라고 합니다. 저는 워터루 제일교회에서 2010년부터 2018년도까지 섬기다 토론토로 이사해 현재 같은 가정교회인 등대교회에서 섬기고 있습니다.
김성은 목사님께서 간증 설교를 부탁하셨을 때 저는, 목원도 없는 속된 말로 못 나가는 목자에, 간증거리는커녕 하루를 아등바등하는 어린이 같은 아이인데, 결혼하면서 제일교회의 목자로 섬기던 자매를 홀라당 뺏어 오기도 한 죄 때문에 목사님의 부탁을 승낙하게 되었습니다.내가 과연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이제는 워터루에서 나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전에 써놓은 간증들로 돌려막…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새로운 간증거리들을 준비해 올 수 있게 저의 삶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토론토로 와서 그래도 얘기를 할 만한 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캐나다가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 되기 전인 2020년도 2월 첫째 주 토요일 날 나가본 노숙자 전도입니다. 예전에는 저 먼 땅, 아직 기독교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한 곳을 선교지로 생각하고 언젠가 그 땅에 봉사자로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알리고 싶다고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그 계획은 언제나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하나님께서 이미 기독교가 충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던 토론토를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매년 Pride Parade가 진행되고 있고 토론토의 커다란 빌딩들에 잡아먹혀 소망이 없어 보이는 자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져 갔고 2020년 새해가 밝았을 때 올해의 기도 제목으로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당차게 새해를 시작했지만 한 주 만에 저는 다시 게을러졌고 또 막상 갔는데 해코지당하면 어쩌지라는 망상에 그 사명을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나 싶던 저에게 주님께서 새벽기도에 찾아오셔서 이 일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시며 겨울이 가기 전 춥고 어려운 날 나가서 시작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제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어거지로 알겠다고 하고 날씨를 확인했는데 그 말씀이 무색할 만큼 날씨는 봄이 벌써 왔나 싶을 정도로 점점 따듯해져 갔고 저는 속으로 환호하며 이러다 날씨 좋은 날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2월 첫째 주 월요일 날씨를 보니 목, 금, 토 계속 추워지며 눈이 심하게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이제는 그냥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주님께 순종을 안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저는 토요일 새벽기도 후 다운타운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버스와 전철을 타고 Rogers Center 주변에 내려 여러 곳을 다니며 같이 점심을 먹을 노숙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첫 만남은 Spadina & Queen 신호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저 멀리서부터 카트를 끌며 비둘기에게 빵을 주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말을 걸기 싫고 무섭다는 마음을 누르며 점심을 먹었냐는 인사의 말을 건넸습니다. 아직 점심을 안 먹었으면 나와 함께 점심을 먹어달라고 초청했으나 그는 저를 보며 자신이 누군지 아냐고, 네가 돈이 많으면 얼마나 많냐고 성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교수이며 돈은 넘칠대로 많다고 말하며 저에게 저리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나 당황했고 말로는 그래도 당신과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너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필요 없으니 저리 가라고 해서 저는 좋은 하루 되라고 말하고 다시 갈 길을 갔습니다.
지금 대화를 계속 곱씹으면서 두 블록 정도 걸었을 떄, 내가 나의 언행과 말로 한 사람의 기분과 하루를 망쳤다면 그건 사과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 다시 뒤를 돌아내려가 그에게 나의 말로 당신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아무 뜻 없이 그냥 당신과 점심을 먹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의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있고 그들은 노동자를 착취하며 자신은 Human Rights를 위해 마라톤 걷기를 하고 있다 등등 사회를 비판하는 여러 말들을 저에게 했습니다..
저는 겉으로는 웃고 그를 따라가며 열심히 호응해주었지만 저의 마음은 폭풍우에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너무 열심히 들으니 당황해하면서 오히려 도망치듯 다른 길로 가버렸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모든 것이 순탄할 것이고 배가 고픈데 밥 사주겠다는 사람이 오면 당연히 즐거워할 것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고 배려가 부족했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곱씹으면서 또 정처 없이 걷다가 두 번째 아시아계 노숙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또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안타깝지만 이미 먹었다고 했고 “Next time”이라고 말하며 뻘쭘하지만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저는 더 여러 가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고 또 다시 그냥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를 떴습니다. 그의 미소는 순수한 기쁨과 만족함을 가지고 사는 사람 같아 보였고 다시 한번 노숙자 그 근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국 이튼 센터에 도착하였고 배고픔과 감정적으로 지친 저는 잠시 앉아 12시 35분인 시계를 보며 1시까지는 돌아다니겠다고 다짐을 했던 저에게 이만하면 충분했지, 뭐 그냥 올라가서 밥이나 먹자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너 여기까지 왔는데 이룬게 있냐는 마음이 모든 것을 덮었고 마지막으로 한 명만 더 만나자고 생각해 다시 마지막으로 건물을 나와 걷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만남은 7-Eleven 앞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한 사람이 보여서 5불과 동전을 모아 8불을 그에게 주었고 혹시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니 아직 안 먹었다고 그가 답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빅맥을 사달라고 했지만 주변에 McDonald가 안보이자 편의점에서 핫도그를 사달라고 했고 돈이 더 있으면 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 노숙자는 그러면 기프트 카드를 사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너무나도 괘씸하다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고 같이 7-Eleven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숙자와 같이 들어가자 점장이 나오면서 노숙자를 쫓아냈고 저는 그를 옹호하였지만, 점장님은 완고하게 그를 쫓아내서 그냥 따로 핫도그와 음료를 구매하였고 기프트 카드는 기계를 새로 바꿔 아직 안 된다고 해서 핫도그와 음료 두 개만 사서 노숙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처음 다운타운으로 내려갈 때는 노숙자와 같이 음식을 먹고 나누면서 교회 밖에 목장모임을 꿈꿨지만, 현실은 음식 하나 사주기도 급급하였고 나눔은커녕 God Bless You 한마디 해주면서 헤어지는 것이 최선인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또한 뒤돌아 떠나가는 저를 보면 돈이 더없 냐고 묻는 그에게 40불이 남아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저 자신에 좌절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건물에 들어와 그 40불이 아까워서 주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예수님을 따라가지 못한 부자 청년과 겹쳐 보였고 요즘 돈이 궁하지만 그렇다고 이 40불이 없다고 제가 죽는 것도 아니고 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고 위로하며 다시 7-Eleven으로 뛰어갔으나 이미 그 노숙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첫 노숙자 전도는 이렇게 끝이 났었습니다. 그 뒤로 매주 전도하러 나갔지만 이렇게 다이나믹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첫인상은 강렬한가 봅니다. 그렇게 몇 주 뒤에 코로나로 인해 모든게 락다운되면서 자연스레 저의 발길도 끊겼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 첫 번째 파트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의인의 주님이 아닌 죄인을 부르러 친히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저도 죄인을 찾아 나선 노숙자 전도를 통해 저는 세 가지 다른 약자들을 만난 것이었고 결국 제일 큰 죄인은 의인이라 생각하면서 막상 선을 긋고 살아가던 저 자신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자들, 병자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들의 죄 때문이라고 크게 잘못 생각했던 복음서 속의 유대인처럼 멋대로 생각하고 판단해 버린 내가 있구나 또한 느꼈습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