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직분자를 세울 때면 한 번씩 옛 고향교회의 일이 생각납니다. 작은 전통적인 시골교회였는데 서리집사를 세울 때 매년 세례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직분자를 세울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교회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사역으로서의 섬김보다는 신분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없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자신의 신앙의 크고 작음에 대한 평가를 집사로 선출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 문화에서 사람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보다는 호칭을 높여 불러주는 것을 선호하고, 또한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작은 시골에서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누가 집사인지 아닌지 들어서 집사로 선출된 사람은 집사라고 불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민 교회에도 빈번히 일어나는데 장로나 권사 등의 교회 중요한 직분을 선출할 때 표출됩니다. 이것은 교회의 직분을 자신의 신분상승과 더불어 신앙의 크고 작음의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을 다녔거나 높은 지위를 가졌거나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민을 오면 언어의 장벽과 함께 주류 사회에 들어가 성공하기가 힘들기에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이것을 한국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자아 성취감을 얻으려고 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나 인생의 목적이 세워지고 삶이 변화되지 않으면 세상적인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교회의 직분은 그리스도인의 신분이나 그 사람의 인격의 척도가 아닙니다. 교회의 사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교회의 직분이 처음 생겨난 것을 신약성경인 사도행전에 나옵니다.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사도들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자 성령의 강력한 역사 하심으로 교인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성도들이 복음 사역의 원활함과 가난한 다른 교인들의 필요를 구제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물질을 헌금했습니다. 사도들이 구제 사역까지 감당하려고 하니 복음 사역에 집중하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곱 명의 신실한 집사를 세워 구제 사역과 같은 재정적인 일을 맡아 감당하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의 직분은 신분 상승이나 인기투표가 아니라 사역을 위한 것임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사역을 억지로 마지못해서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역이 필요할 때는 공고를 내어 가능한 자원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섬기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역 자체를 보류하거나 다른 사역자들이 감당할 만큼 축소합니다. 왜냐하면 사역을 통해 앞으로 받을 상급이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더 나아가 사역자는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는 영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사역을 생색내면서 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세상적인 가치관으로서 자칫 직분을 호칭을 부르기 쉽게 하는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좀 있는 분이 이사를 해서 교회를 오면 예전에는 첫 만남에서 대부분 집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상대를 높여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장로인데요, 권사인데요 하면 죄송해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 가족으로서 형제,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가족으로서 형제자매라고 부름받는 것이 영광스러운 것이요 영원토록 유지할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사역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직분을 부르지 않는 것이 맞고, 또한 그분에게도 유익합니다. 저를 종종 성은 형제님이라고 불러주는 분이 있는데 저의 정체성을 목사이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임을 일깨워주기에 그 성도를 매우 귀하게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세례받고 교회 다닌 지 좀 되면 사역과는 별개로 집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일반 교회 안에 있는데, 보통 당회(목사와 장로로 구성)가 알아서 임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는 열 분 정도의 회원 교인들이 집사로 지원하고, 교회 재정적인 것과 관련된 업무를 하며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먼저 집사가 된 분들이 권면을 받아 좋은 모범을 보여 주셨는데, 3년 정도 섬기다가 새롭게 집사로 섬길 분들이 있으면 잠시 쉬고 다른 분들도 교회 재정의 흐름을 알고 또한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신 것입니다. 직분이 섬김의 사역과 연관이 될 수 있도록 몸소 모범을 보여주시고 있는 우리 교회 집사님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