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한국에 나왔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으셨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서 허겁지겁 한국에 나왔습니다. 주일 예배와 모임을 마친 후 집에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누님들과 형님들로부터 카톡과전화가 왔습니다. 감기 증세가 있어도 약을 먹으며 하루 이틀 지나면 훌훌 털고 일어서는 어머니였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좀 길어 지는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폐렴 증세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어머니여서 입원하지 않겠다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입원을 시켰는데 지난 토요일 밤에는 증상이 매우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제가 마음에 부담을 느낄까 봐 보통 저의 형제들은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결 된 후 연락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상황이 급박했던지 주일 사역이 끝난 시점을 기다렸다가 연락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지난 해에 한국을 방문하여 어머니의 눈을 수술해 드리고 간호해 드리는 것으로 휴가 기간 대부분을 어머니와 보냈고 내년에는 구순(90세 생신)이어서 한국에 나가 형제들과 의미 있는 생신 잔치가 되도록 미리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굳이 올해는 한국 방문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죽음 이후의 어떠한 표현도 당사자인 어머니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한 위로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내가 어머니를 매우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한국행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한국에 와서 어머니를 만나기를 원했는데 제 생각대로 되지 않고 일정이 꼬였습니다. 화요일에 출발하는 미국 경유 비행편을찾아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보딩을막 시작하려는 시간에 비행기 결함으로 비행편자체가 캔슬됐다는 안내방송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출발이 지연되거나 다른 비행편으로옮겨 타는 것은 경험해 봤지만 아예 비행편이 취소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인도해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Customer Service Center에 찾아 갔는데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출발하는 에어캐나다 직항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살펴볼 때는 가격도 경유하는 것보다 거의 두 배가 넘고 몇 일 안에는 좌석도 남아 있지 않았었기에 어리둥절했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아주고 식사를 위한 바우처도넉넉하게 주어서 어쨌던 좀 편하게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목요일 새벽에 도착하면 바로 진주 복음병원으로 버스를 타고 가기로 계획했는데 그날 오후 늦게 도착했기에 밤 늦게 병원에서는 면회가 되지 않는 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 진주로 가는 자동차를 얻어 탈 수 있어서 편안하게 가는 것은 좋았지만 일정이 많이 꼬이는 것을 보면서 의아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드디어 어제 오후(금요일)에야 병원에 도착했는데, 처음 보내온 손에 꽃은 여러 개의 바늘과 코에 산소 호스를 걸고 힘없이 누워있는 사진과는 다르게 어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 단정하게 앉아 저를 맞이 했습니다. 안도와 기쁨으로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묻는 저에게 병간호를 하고 있던 누님이 저에게 말하기를 제가 한국으로 오는 몇 일 사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 검진을 한 의사소견에 의하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과 장기의 기능이 거의 다 됐기에 몇 일 내로 돌아가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자신의 생각도 이제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구나 라고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감사하며 곡기를 끊고서 하나님나라에 입성할 마음의 준비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저와 형제들은 어머니가 매일 새벽과 오후1시에 시간을 정해두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는 내용 중에 자신의 죽음을 위한 기도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살 동안은 건강하게 살도록 해달라는 것과 죽음을 맞을 때 고통이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그리고 아버지가 살았던 세월 정도만 사는 것이 족하다는 것인데 올해가89세가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이번이 어머니의 삶에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일 정도로 매우 건강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며칠 안에 운명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소식은 가족들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를 알면서도 모두가 어머니가 조금 만 더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기도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머니를 위해서라기보다 자녀들인 우리들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주의 부르심을 기다리던 어머니가 이별에 대해 자녀들이 너무 슬퍼하면서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해외에서 자녀들이 긴급하게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다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염증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지고 다시 기력을 회복했다는 것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도 놀랍게 생각하고 병실을 지키며 기도하고 있었던 목사의 아내인 둘째 누님도 매우 기뻐하며 할렐루야를 외쳤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어머니의 병실에 함께 입원한 분들이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하나님 나라, 즉 천국을 사모함에 대한 자세와 하나님께서 건강을 회복시키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실제로 목격하면서 신앙을 갖기로 자연스럽게 결심한 것입니다.

꼬여 버린 일정을 보내면서, 그리고 그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개입하심을 경험하면서 지난 칼럼에 올렸던 휴가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계획 세운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저 나름대로 휴가를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 설렘을 가지고 계획을 했지만 그 계획은 하루도 안돼 틀어져버렸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람이 계획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보장은 결코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라는 잠언의 말씀이 있는데 그 말씀을 이번에 실제로 경험했고, 여전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튼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 주심으로 여전히 병실에 있지만 밝은 얼굴로 만나 뵙고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휴가 기간은 어떨까 예상해 보면 계속 어머니 곁에서 병수발을 들다가 캐나다로 돌아 갈 수도 있고, 퇴원하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가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까!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휴가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셨으니 하나님께서 또한 어떻게 선하게 이끌어 주실까를 오늘 하루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