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난해에 관계 전도자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수강한 뒤 행복의 길 소책자를 소개받고 목자분들과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준비나 숙제도 없고 책의 순서를 따라 비어 있는 빈칸에다 불러주는 답을 적어 넣고, 답을 달다가 질문 항목이 나오면 그 질문에 따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면서 나누고, 상대방의 나눔을 잘 경청하면 되기에 세미나 이후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은 매우 단순하지만 다루는 내용은 매우 중요한 것들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 열등감, 우울증, 수치심 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하고 있고 건전한 처리 방법은 무엇인지, 용서를 아직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없는지, 행복한 가정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그리고 감사와 축복의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은 마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마음 안에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걸어온 삶을 생각할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고 형제들의 우애가 깊은 행복한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자랐습니다. 좋은 가정의 영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눔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의 제 자신을 살펴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내성적이면서 소통을 위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위의 형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가지기도 했고, 여린 마음으로 죄책감에 힘들어하기도 했으며, 어린아이인데 어른처럼 보이려고 가면을 쓰기도 했습니다.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몰라 우울한 때도 있었습니다. 매주 한 주제를 다룰 때마다 자칫했으면 빗나가거나 꾸불꾸불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칫하면 참 힘겨운 삶을 살았을 수 있었는데 지금 완전하지 않지만 어떻게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게 됐을까? 무엇 또는 어떤 것이 나에게 영향을 끼쳐서 지금의 내가 되게 했을까?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은 기도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언제부터 기도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새벽예배를 다녀오면 자녀들을 깨워 찬송 한 장 부른 후 자녀들 순서대로 간단히 기도하는 것으로 가정 예배를 드렸습니다. 깨우면 잠이 와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딱히 싫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4-5학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새벽예배를 나갔는데 어떤 내용으로 기도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새벽기도를 다닌다는 것 때문에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그해 연말에 특별상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나는데, 아마 이런 계기로 새벽에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 계속 기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새벽 기도의 습관이 청소년과 청년으로 자라면서도 계속 이어졌는데, 기도가 응답받는 것이 신기하고 좋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삶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놓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새벽예배 다니면서는 기도가 무엇인지 몰라 눈을 감고 있는 게 기도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대부분의 기도는 내가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도가 하나님과 대화라는 개념은 제법 장성하여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기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고민하던 것, 힘든 상황과 문제, 또는 기쁘고 행복한 것 등 깊은 감정까지도 솔직하게 하나님께 표현했는데 이런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문제가 있어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하나님께 어떤 것이든 내어놓고 말씀드린 후 내게 말씀하실 것이 있으면 해 달라고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이때부터 기도가 점점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나아가 무엇이든지 내놓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내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이 기도의 삶이 오늘의 저를 있게 만들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기도로 나아갈 때 결코 거부하지 않고 기뻐하시며 맞아 주시고 제 얘기를 들어 주시고 또한 말씀해 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