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리더십 컨퍼런스가 7월 14~16일에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목회자인 저와 아내, 그리고 김규성&한자경 목자 부부가 참여합니다.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휴스턴 서울교회에서 저에게 목회자 소그룹인 조모임의 조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조장으로서 컨퍼런스에서 좀 더 깊은 교제와 원활한 나눔을 위해 같은 조에 소속된 조원들이 미리 교제를 시작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제안받았을 때 “저를 조장으로 선임해 주셨는데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감당하겠습니다”라고 지체하지 않고 답변을 드렸습니다.
지난주에 토론토 크리스천 신문을 발행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문에 매주 목사의 설교 한편씩 올리고 있는데 이번 주에 설교문을 한편 보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연락을 받고 지난 4월에 교회에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이라고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물었던 요한복음 21장의 설교문을 찾아 당일에 바로 보내 드렸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저는 좀 내성적입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일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드러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서 뒤에 숨어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신중 안정형의 성향이 강해서 무슨 일을 할 때면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안전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조장 선임을 위한 메일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내가 조장으로서 자격이 되는지를 살피며, 조원 중에는 현재 북미가사원장인 김인기 목사님도 조원으로 소속돼 있기도 하고 가정교회를 나보다 더 일찍 시작한 분도 있기에 부담감을 잔뜩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나보다 다른 분이 하면 어떨까 이메일을 보내든지 아니면 피할 방법을 며칠이고 고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토론토 크리스천 신문에 설교문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전에 같았으면 설교를 잘하는 다른 분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내가 한 설교를 신문에까지 실을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여러 이유로 거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조장을 선뜻 맡아 충실하게 감당하겠다고 답변하고, 크리스천 신문에 실을 설교문을 바로 보내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신기해하고 놀랐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태도를 바꿔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치핵 제거 수술의 문제로 고통 중에 있게 됐을 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나의 죄를 작은 것까지 철저하게 살펴보며 생각나는 모든 것을 회개했습니다. 그중에는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 주신 사역을 할 때, 내성적인 성향을 들어 뒤로 빼며 마음을 다해 시도하기보다 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잘못됨을 하나님께서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결코 사역에서 뒤로 물러가거나 대충하지 않겠다고 결단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임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기회를 주시면 열심을 다해 감당하겠다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이런 헌신의 고백이 말로만이 아니라 저의 삶을 이미 바꾸고 있음을 보면서 하나님께 또다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고 보면 현재 가지고 있는 고통이 힘겹기는 하지만 저에게 매우 많은 유익을 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이 고통스럽기는 한데 이 시간을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맘 편히 쓰실 수 있는 사역자로 준비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