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이 많이 옵니다. 저희 집 주변을 둘러보면 강아지가 만들어 놓은 오솔길들을 빼고는 소복하게 눈들이 덮여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제법 습기를 머금은 함박눈이 밤에 내렸습니다. 그 다음 날은 좀 일찍 새벽 기도를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서는데 계단과 주차장 앞에 길게 뻗은 드라이브 웨이를 눈이 덮고 있었습니다. 너무 아침 일찍이어서 이웃들에게 방해를 줄 거 같아 망설이다가 결국 눈 삽을 들고나와 약 20여 분간 열심히 눈을 치운 후 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눈이 오면 바로 치우지 않고 기다렸다가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눈이 오면 바로바로 삽을 들고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눈이 오면 지체하지 않고 가능한 한 빠르게 치우게 된 계기가 작년 이른 겨울에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80년대에 세워졌기에 크게 자란 나무들이 제법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아름답게 단풍이 들어 경치가 좋긴 한데 추위가 시작되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낙엽으로 집 주변이 가득합니다. 떨어진 낙엽은 모아 격주로 버릴 수 있기에 그 날짜에 맞추어 쓸어 모아 버립니다. 그런데 작년에 새롭게 알게 된 것으로서 낙엽을 길가를 따라 모아 놓으면 정해진 날짜에 낙엽제거 청소차가 와서 한꺼번에 쓸어 담아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낙엽을 종이 백에 쓸어 담지 않아도 되고, 종이백도 절약할 수 있기에 좋아라 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조금씩 끌어모아 놓을까 생각하기도 했으나 모두 떨어지고 나면 한꺼번에 쓸어 담아 내놓을 요령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청소차가 오기로 한 이틀 전에 함박눈이 내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낙엽들을 덮어 버렸습니다. 눈이 녹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기다려 봐도 전혀 내린 눈이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소차가 내일이면 오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갈퀴(갈고리)로 낙엽을 모으려는데 눈이 낙엽 위에 덮여 있어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낙엽만을 모으려고 했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고 오래지 않아 모았을 텐데 눈으로 덮인 낙엽을 긁고 눈을 털어서 길가로 가지고 가려고 하니 네다섯 배는 더 힘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잔디 위에 떨어진 낙엽은 눈 때문에 깔끔하게 치우지도 못했고 긁어모으느라 허리까지 아팠습니다. 물론 눈을 치웠는데 또다시 눈이 내려 한 번 더 눈을 치워야 하는 일도 있기는 합니다만,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눈이 오면 차나 사람의 발자국에 눌려 더욱 힘들기 전에 지체하지 않고 치우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미루는 것의 폐해가 눈을 치우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의 삶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지 않고 미루다가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겪기 때문입니다. 일을 미루다 보면 그 일을 끝내기까지 그 일이 나에게서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게 만들고 해야 할 다른 일에도 지장을 줍니다. 일을 해야 할 제 때에 해버리면 그 일에서 내가 자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