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에 한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정을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한국 방문 여행은 육체적으로 좀 힘들겠구나 예상했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가정교회 컨퍼런스 참석을 위한 여정을 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렴한 비행편을 선택함으로 애틀랜타를 경유하는 항공편이었기 때문입니다. 화요일 새벽 2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하여 다음날 수요일 저녁 4시 30분 (한국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인천 공항까지의 비행시간은 15시간 정도였습니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불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다시는 한국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의 한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항에서 내려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처가의 식구들을 만나 기쁨으로 포옹하는 순간 그 생각들이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ㅎㅎ
예상대로 몸은 제법 힘들었습니다만 여정에 감사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려던 중년 여성 한 분에게 도움이 절실했는데 그분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저와 아내가 탑승하려던 한국행이 델타 항공편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한항공으로 바뀌어 있어서 좋은 서비스로 인해 좀 편하게 올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파주에 살고 계시는 처가의 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PCR 검사한 후에 포항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머니의 90회 생신인 구순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어머니의 실제 나이는 92세입니다. 2년 전에 구순 잔치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함으로 인해 미루어 오다가 이번 해에 가족들만이라도 모여서 미뤘던 구순 잔치를 하나님께 감사하는 예배와 함께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보통 저의 휴가를 좀 한가한 여름에 가졌습니다만 이번에는 5월 중에 가지게 된 배경입니다.
잔치 장소는 포항 죽장에 있는 임마누엘 축복의 집입니다. 남편이 목사인 넷째 누님이 지난해에 구입한 것으로 리모델링을 하여 구순 잔치를 열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집입니다. 사진과 비디오로 보내온 것을 보았을 때 좀 괜찮은 집을 구입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밑으로 직계 가족들만 모인다고 해도 50명쯤 되기에 모이기 충분한 집인가 생각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모임에는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뒤에는 산으로 둘려져 있고 앞에는 탁 트인 굽이쳐 흐르는 큰 시냇물이 흐르는 경치가 매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경치가 빼어난 곳이어서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물가 근처에는 사설 캠핑장이 마련돼 있는데 놀러 온 사람들이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집을 들어서면서 펜션으로 운영해도 좋겠다고 하니 목회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렇게 할 수는 없고 현재는 가족들에게, 또는 가족과 연관된 교회 사람들에게만 그냥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집을 둘러보면서 개인적으로 하나님께 매우 감사의 찬양을 드렸습니다. 지난해 어버이 주일에 신명기 5장 말씀을 전하면서 들었던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형제들은 3남 5녀입니다. 형제들 모두가 부모님을 사랑하고 공경합니다. 서로 본인의 집에 와서 사셨으면 하고 오시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형제들 중에서도 부모를 가장 잘 섬기고 공경하는 사람이 넷째 누님입니다. 날마다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고 대화하며, 부모님이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도 곧잘 파악하여 섬깁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최근에 엉덩이뼈가 부러졌을 때 병원을 수소문하여 입원시키고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족이 함께 잘 돌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설교의 핵심이 부모를 공경하면 이 땅에서도 잘 되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약속 말씀이었습니다. 그 설교를 준비할 때 생각났던 사람이 넷째 누님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우리 가족 중에 부모에게 가장 잘하는 넷째 누님의 형편을 보면 이 땅에서도 잘 되게 해 주시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약속인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답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고서는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이 집을 보면서 그때 물었던 질문에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는 것으로 생각되어 정말 기뻤던 것입니다.
조금 있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면 대가족이 모여 북적이는 가운데 감사의 예배와 기쁨의 잔치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일에는 인근 교회에서 부탁받은 설교를 한 후 서울로 올라가 치질 수술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됩니다. 이번 여정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도록 잠깐 (10초 정도) 기도해 주세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P.S: 이번에 한국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국 입국을 위해서 비행기 탑승 시간 이틀이 넘지 않는 시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와 아내의 경우 워털루대학 플라자에 있는 워크인 클리닉에서 아침 10시쯤에 검사를 받았는데 밤 7시 30분경에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가능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받아 놓으세요)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할 때 백신과 PCR여부, 그리고 한국에서 체류할 곳 등 여러 정보를 검역 정보 사전 입력시스템 (https://cov19ent.kdca.go.kr/)에 넣어서 Q-code를 미리 받아 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체크인할 때 당황해하며 바닥에 쭈그려 앉아 한참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ㅎㅎ 또한 한국에 들어가서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여권을 가진 분이 아니면 K-ETA를 출국 이틀 전에 작성해서 받아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