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행병(Pandemic)에 관한 기도

목사의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가 기도이기에 기도제목을 보내 줄 것을 목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목자들이 목장 모임에서의 목원 들의 기도제목을 매주 저에게 보내줍니다. 그러면 저는 보통 보내온 기도제목을 처음에는 모두 읽으면서 기도한 후 그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두 가지의 기도제목을 바인더로 된 중보 기도 노트에 적어두고 기도합니다.

목장모임에서 나눈 목원들이 요청한 기도 제목들을 보면 대부분 시험이 이번 주 수요일에 있는데 패스하게 해 주세요. 관계의 어려움이 있는데 좋은 관계로 바뀌게 해 주세요. 직장을 찾고 있는데 얻게 해 주세요. 감기가 걸렸는데 낫게 해 주세요 등과 같습니다. 그런데 종종 목원들이 요청한 기도 외에 목자들이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도제목을 덧붙여 보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목원들이 요청한 기도 내용보다는 목자들이 목원을 위해 보내온 그 기도제목을 우선적으로 중보기도 바인더에 올립니다. 왜냐하면 목자는 기도 응답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자신의 목원들이 신앙으로 자라나서 풍성한 삶을 사는 것에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질병이 낫고 시험에 패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질병을 통해 우리를 만지시고 시험과정을 통해 우리를 세우시는 하나님을 만남으로 인격이 자라고 신앙이 성장하는 것이 더 유익이 있는 것을 목자들이 목양을 하면서 점점 더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자들이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목회 초기를 돌이켜보면 성도들이 요청한 그 기도제목이 응답되기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기도 응답 받는 것과 신앙이 자라 풍성한 삶을 사는 것과는 늘 같이 가는 것은 아님을 발견했습니다. 기도 응답 받기 전의 삶과 기도 응답 받은 후의 그 사람의 삶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기도의 응답으로 건강해지고 재정적으로 넉넉하게 되고 좋은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 것이 오히려 신앙에는 유익하지 않는 길로 향하여 가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성도들이 요청한 기도 제목 그대로 기도 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신앙이 자랄 수 있도록 선하게 역사해 주시기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요즈음 세계유행병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COVID-19에 걸리지 않도록, 회복되도록, 그리고 이것이 빨리 지나가도록 많은 분들이 기도제목을 내고 있기에 반복적으로 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빨리 지나가버리고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예전과 똑 같은 상황으로 복귀하여 예전과 변함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 인생에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성도들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함으로 인격이 자라고,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어렵고 힘겨운 시기 가운데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협력하여 문제에 맞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의 결국에는 성도들이 삼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