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에서 수양회로 바꿨어요

교회를 다닌 횟수가 좀 오랜 분들은 교회 수련회 또는 교회 수양회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수련회와 수양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수련회와 수양회를 영어로 번역할 때 둘 다 Retreat을 사용합니다. 영어 Retreat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용한 장소, 또는 기도, 연구 묵상 등을 위해 쉼을 가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용어적으로 생각하면, 수련(修鍊)이란 닦을 수 단련할 연으로 “몸과 마음을 닦고 단련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양(修養)은 닦을 수 기를 양으로 “몸과 마음을 닦고 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용어가 거의 비슷합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기르다 보다는 단련하다는 용어가 좀 더 애를 써서 노력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정희 목사는 기독교 용어고찰 14에서 “수련회는 나름대로의 땀을 흘리는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이끌어 올리는 모임을 일컫고, 수양회는 고된 훈련이 아닌 휴식과 휴양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모임을 의미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한국교회의 정서상 수양회보다 수련회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용어가 어떠하든 교인들을 깊은 영적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를 써는 것이 수양회 또는 수련회입니다.

현재 우리 교회는 전교인 수양회라고 명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양회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수양회가 시작된 것은 2015년 1월 나이아가라 폭포장로교회에서 개최됐는데, 그때는 전교인 수련회였습니다. 수련회와 수양회를 딱히 구분할 필요가 없었기에 성도들에게 친숙한 수련회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용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수련회를 경험한 청년들 중에 몇 명이 우리교회에서 행하는 수련회를 참석한 후 불만(?)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자신의 영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수련회 대부분의 시간을 심도 깊은 말씀으로 채우고, 열정적으로 부르짖고 기도하고, 빡세게(?) 돌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느슨하다는 것입니다. 수련회를 통해 신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열정적인 분들에게는 느슨하게 생각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 제일교회가 처음 전교인 수련회를 시작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우리교회 수양회가 진행되는 방향성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우리 제일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상황은 장년 10여명, 청년 30여명 정도가 각각 본당과 지하에서 예배를 따로 드리고 있었는데, 그때는 장년들은 수련회가 없었고, 청년들만 매년 따로 수련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러다가 청년과 장년이 모여 본당에서 예배를 함께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일 식사 때에 서로 얼굴을 보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서로 좀 서먹한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그때 함께 예배하는 하나의 교회 공동체로서 의도적으로 서로를 좀 더 알고, 기도하며, 교제하는 장을 펼쳐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 즈음에 2015년도에 가정교회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었는데 작은 교회로서 가정교회가 강조되면 연합 교회로서 전교인과 두루 교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도 축소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전교인이 교제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연세가 많은 노인까지 모두가 모여 서로를 알고, 하나의 제일 교회로서 교제하며, 신앙을 점검하는 영적 유익을 얻기 위해서는 빠듯한 스케줄보다 좀 느슨하지만 필요를 채우는 수련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수련회를 몇 년 간 시행해오면서 전교인이 모여 함께하는 이런 수련회가 우리 교회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됐습니다. 이민교회이면서 대학교회인 우리 제일교회의 특수한 상황상 매년 새롭게 교회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필요와 요구는 각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가 되고 하나의 자매로서 일상을 잠깐 내려놓고 쉼을 가지고 참여하여 서로 알고 교제하며 서로를 세워줄 수 있다는 이것은 결코 작은 유익이 아닙니다. 이것은 교회 구성원으로서 꼭 필요한 것이며, 교회 지체들을 유익하게 하는 섬김의 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수련회라는 용어를 수양회라고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에서 원래 의도한 수련회 목적이 훼손되지 않고, 다른 교회에서 수련회를 경험한 사람들도 헷갈리지 않게 해주기 위함으로 전교인 수련회에서 전교인 수양회로 명칭을 변경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교회 전교인 수양회가 여전히 좀 느슨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너무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여름에 청년 수련회가 마련돼 있는데 이때는 청년들만의 뜨거운 열정적을 쏟아낼 수 있는 장입니다. 이 수련회에서 말씀의 깊이에 빠져보고, 열정적으로 밤새 부르짖으며 뜨겁게 기도 하고, 밤을 지새우며 삶을 논하며, 그리고 신앙의 꿈을 품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이번 주에 열리는 전교인 수련회에 참여하십시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시선을 집중하고, 교회 새로운 지체들과 만남을 통해 서로를 세워주고 유익을 얻는, 여러분의 신앙에 중요한 모멘텀이 되는 소중한 수련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