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보다 더 많은 결산

지난 달에 예결산을 위한 제직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 해의 예산을 세우기 전에 지난 해(2019년) 결산을 먼저 살펴보았는데 1년 전에 세웠던 예산보다 더 많은 재정이 채워진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세운 예산보다 더 많은 결산이 됐다는 것은 몇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각 부서와 팀들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사역 계획을 세웠는데 그 사역이 진행되는데 필요한 재정적인 지원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이루어 졌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적으로 볼 때, 하나님이 우리 성도들에게 작년보다 좀더 재정적으로 풍성하게 주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들에 대해 성도들이 감사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교회 사명을 이루기 위해 헌신했다는 것입니다.

재작년의 결산보다 작년의 결산이 더 작게 나와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맞습니다. 왜냐하면 작년 9월부터 VIP분들이나 신앙이 어린 분들을 위해 헌금하는 방식을 헌금바구니를 돌리는 것에서 들어오면서 자원하여 헌금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들어오면서 헌금하도록 하면 아무래도 헌금하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신앙이 어린 분들은 헌금이 예배 한 부분으로서의 헌신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놓칠 수 있기에 헌금이 적게 나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년도 보다 더 많은 헌금을 했다는 것은 성도들이 신앙고백으로 자원하여 진실 된 예물로 드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년도 예산을 세울 때는 예산 세우는 컨셉을 조금 조정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각 팀과 부서에서 예산을 세워 올리면 전체 예산 편성에 잡았다가 그 전년도 지출 보다 너무 많으면 조금씩 낮게 조정하여 그 전년도 지출과 거의 비슷하게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는 각 팀과 부서가 사역을 위해 요청한 것만큼 모두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좀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역에는 담당 부서와 팀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오히려 더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재정에 사역을 맞추기보다 사역을 마음껏 하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회 예결산 모임을 할 때면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교회에 부임했을 때가 떠 오릅니다. 부임 후 한 달 즈음에 당시 회계를 담당했던 집사님이 저를 불러 밥을 사줬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의 재정 형편을 알려주었는데 지금 이 상태로 5-6개월 가면 교회 재정이 바닥이 난다는 것입니다. 회계 집사님으로서 마음의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내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집사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답하기를 “하나님의 교회이니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시는지 한번 보시죠”라고 웃음을 띄며 대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제일교회가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지금 여기에서 교회의 존재 목적인 영혼구원과 제자 만드는 사역을 감당 하고 있는 것을 보며, 또한 어느덧 예산보다 결산이 더 많아진 것을 확인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개입하셔서 일하고 계심을 알아 하나님께 감사하며 또한 감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