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그러나 매우 행복했던 목자 컨퍼런스

오늘 새벽 4시 즈음에 집에 도착해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목자 컨퍼런스 후기를 작성합니다. 이 시점에서 이번 목자 컨퍼런스를 생각하면 매우 피곤하고 힘든 컨퍼런스였다고 여겨집니다. 예정과는 다르게 휴스턴 공항에서 토론토발 비행기가 3시간 가량 출발이 지연되었기에 한 밤중에 깨어 있어서 피곤하게 생각되는 것도 있지만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목회자 도우미로서 아내와 함께 휴스턴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 목자 컨퍼런스 총진행자로부터 “현재 휴스턴 지역 상황을 말씀드리며 기도요청 드립니다. 허리케인 영향으로 많은 비와 돌풍으로 인해 … 저희 집도 전기가 나가고… 저도 출근을 못하고 집에서 스테이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폰의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아 떨어지기 전에 기도부탁을 드리고자…” 조금 있다가 “참석자들이 묵을 호텔에 전기가 나가 셧다운 상황이어서 …”이라는 긴급기도제목이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아내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무사히 휴스턴에 갈 수 있을지가 고민됐습니다.

휴스턴 공항에 도착하여 교회로 가면서 내다본 광경은 이곳 저곳에 나무가 넘어져 있고 부러진 가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휴스턴 서울교회 성도들의 집에 정전된 곳들도 많이 있었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집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러웠던 것은 휴스턴 서울교회는 정전되었다가 그때 막 복구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묵을 호텔이 여전히 정전이 된 상태였기에 도우미 목회자들은 머무를 곳이 없어서 교회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예전 목자 컨퍼런스와는 다르게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새벽부터 한 밤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에 무리가 왔는지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컨퍼런스 이틀째는 목이 아파서 찬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아픈 모습을 보이면 함께 하는 다른 분들의 의욕이 꺾일까 봐 계속 타이레놀과 비타민C를 먹으며 견뎠습니다.  

그런데 아~~주 행복한 이번 컨퍼런스였습니다. 왜냐하면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허리케인으로 자기 집이 피해를 입고 정전 상황가운데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감당하며 친절하게 대하는 진행 스태프들, 주의 나라를 위해 함께 수고하는 목자들을 마룻바닥에 재울 수 없다며 자가 발전기를 돌려서 라도 자기 집을 오픈하여 제공한 휴스턴 서울교회 성도들, (타지에서 참여한 분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할 분들은 사인 업 해달라는 목회자의 메시지를 받고 한 나절 만에 숙소가 채워 짐) 식사를 호텔에서 할 수 없다는 최종 결정 후, 150여 명의 참여자들을 먹이기 위해 시장을 뛰어 다니며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기쁨으로 섬기던 휴스턴 서울교회 식사 봉사자들, 또한 컨퍼런스를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낙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선을 다하는 총 진행 팀, 이런 성도들을 보면서 하나라도 더 돕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 다니던 목회자 도우미들과 함께 한 것만으로도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재난 가운데서 오히려 심령의 부흥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 목자 컨퍼런스였습니다. 재난가운데서 하나님께 부르짖을 수밖에 없게 하신 하나님, 그 부르짖는 기도를 통해 선하게 역사하신 하나님, 그 위대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친히 경험한 것은 저의 신앙에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