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침묵하실 때

수술한 후 마취가 깼을 때를 돌이켜보면 척추마취로 인해 6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며 참아야 하는 몇 번의 고통이 힘들었습니다. 한번은 진통제가 듣지 않아 2~3시간을 상처 부위가 마치 불에 데이는 듯한 통증은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약 3주간의 병원 생활을 끝낸 후 집에 돌아와 회복의 시간에도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는 괄약근의 수축은 다시는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좀처럼 앉아 있지를 못하고 눕거나 엎드려 지냄으로 평소에 잘 경험해보지 못한 지긋지긋한 두통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육체적인 고통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몇 주 전에 잠깐 찾아온 정신적이고 영적인 도전이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수술한 부위가 2달이 넘었는데도 통증은 여전하고 별로 차도가 보이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찾아왔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 패드를 차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몸과 마음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우울한 감정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내 삶에서 사라지고 개입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미래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이때 어느 한 편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의 고통은 여전할 거야, 지난 고통의 때에 네가 느끼고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은 네가 잘못 착각한 거야, 네가 너무 아프다 보니 너무 간절해서 하나님이 함께해주신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하나님이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것이야…’

거듭된 수술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과 생명의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저를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집중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이 내 삶과 고통의 시간에 개입하고 계신다는 확신으로 오히려 감사와 찬양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난으로 인해 생각의 지평도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그때 당시 저의 메모장에 하루에 몇 개씩 깨달은 것들이 적혀있음을 보아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도나 변화가 없는 상태가 지속될 때 찾아온 정신적이고 영적인 도전의 두 번째 시기 때 저의 메모지는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에 기쁨이 사라지고 답답해하면서 힘없이 처진 걸음으로 산책하고 있었을 때 이게 영적 시험임을 문득 인식하게 됐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이게 영적 시험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이것을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지?” 급하게 이런 생각과 느낌을 하나님께 호소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내게 이런 영적 시험이 찾아올 때 이렇게 행할 것이라고 미리 짜두었던 전략을 떠올리며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내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성경 구절을 찾아 반복하여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다음엔 성경에 기록된 영적 시험을 이긴 믿음의 선배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삶에 여전히 함께하신 하나님의 행적을 살펴 지금 내 삶에도 개입하고 있음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또한, 내 삶의 여정에서 함께 했던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역사하심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것이 잘 느껴지지 않고 있는 이때에도 나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이 여전히 지금도 나와 함께 하심을 믿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리고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허전한 느낌이 찾아올 때마다 소리쳐서 외쳤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 지금도 여전히 나와 함께 하신다. 악한 생각을 가져오는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하나님 사랑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 영광을 받아 주세요…”

반복하여 신앙고백을 외치고 믿음으로 붙잡기 시작하자 우울했던 생각과 침울한 느낌이 점점 떠나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다시 내게 느껴지고, 하나님께서 이 시간을 통해 나를 더욱 세워가심에 감사와 찬양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몰려와 다시 기쁨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런 침체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은 많은 분들, 특히 우리 성도들의 중보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억하시고 저를 흔들어 깨워주셨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후유증에서 회복하도록 기도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으로 저의 소식을 전하면, 아직 완전하게 낫지는 않았지만, 지난 주부터 수술 후유증으로부터 몸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던 통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40분 정도 하루 두 번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소파에 30분 정도 앉아 있을 수 있고, 앉은 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일어나 걷기도 합니다. 건강이 많이 호전돼 책을 읽으며 집중하여 의미를 파악하기도 하고 차분히 사색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몸이 회복되어 예정된 시간에 캐나다로 귀국할 뿐만 아니라, 고난의 시간에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며 올바른 목회자로 세워질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