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cation

코로나 팬데믹 시간을 지나면서 새롭게 생긴 말입니다. 휴가를 맞아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보내는 휴가, Stay + Vacation을 합성시켜 만든 신조어라고 하지요. 우리나라 말에도 그런 농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방콕으로 여행 간다”는 말은 태국에 있는 세계적 도시인 BANGKOK에 간다는 말이 아니라 우스갯소리로 하면 방에 콕 박혀서 지낸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 제가 그렇게 방콕에서 STAYCATION을 지내고 있네요.

3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거나 친구/친척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수술한 후부터 거의 두달 간을 방에 콕 틀어박혀 지내고 있습니다. 출국 예정일에서 6주를 미뤄 비행기표를 7월 5일로 변경해 놓고, 건강이 잘 회복되어 이날 안전하게 귀국하게 해달라고 많은 분이 기도를 모아주셨는데, 결국 이날은 패스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로 변경할지는 월요일에 항공회사 사무실 근무 시간에 전화를 해봐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정기 외래 진료를 가서 의사 진찰을 받고 왔는데, 수술 자리는 잘 아물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분이 기도해 주신대로 한 달 전의 4번째 수술이 마지막 수술이 되어 봉합한 자리가 잘 붙었습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괄약근의 수축으로 인한 진통이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를 낳는 것 같은 산통처럼 찾아왔을 때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이 통증이 잠잠해져서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나 워낙 여러번 수술했기 때문에 수술 부위가 많이 상해 있고, 상처가 아물면서 돋은 새살이 아직 많이 부어 있다고 합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새살에 피부가 아직 덮이지 않아 이런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무리를 하게 되면 새살이 매우 연하기 때문에 상처가 나기 쉽고 더 부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직은 15분 이상 앉아 있기가 어려워서 20시간이 넘는 비행 여정이 무리가 될 것 같아서 한국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 말로는 이제는 새살이 돋아났기 때문에 더 이상 터질 일은 없을 거라고 하네요. 이제 500m 정도는 한 번에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는데 이번 주부터는 조금씩 거리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저를 아는 분들과 특히 우리 교회 성도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셔서 매일 매일 회복되고 있습니다.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임 목사가 부재중에도 불구하고 평신도 목회자님이신 목자님들과 함께 성도들이 협력함으로 교회가 전과 다름없이 든든히 세워져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은사를 발휘하고 섬김으로써 세워가는 건강한 교회라는 것이 느껴져 이 소식은 저를 매우 감격하게 하고 감사하게 만듭니다. 저도 얼른 나아서 교회사역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Staycation…하나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지내기를 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제가 아버지로서 여행을 계획하여 아이들을 데려가면, 때로는 재미없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하여 매우 즐거워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가족들과 우리 성도님들을 빨리 만나지 못해 마음은 안타깝지만, 하나님 아버지께서 제게 계획해 주신 여행을 기대해 봅니다. 이 여행 여정에 보고 느낀 것들을 종종 소식으로 전하며 나누겠습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랑하는 성도님들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