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째 주일 저녁, 열이 나고 근육통이 느껴져서 COVID-19에 대한 회사 방침상 매니저에게 알리고 병가를 냈습니다. Public Health의 Self-assessment App으로 자가진단을 했더니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라고 해서 처음 든 생각은 ‘COVID-19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보다는 “이게 웬 횡재냐!” 2주간 집에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 알리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열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갔지만 숫자만 높을 뿐 뭐 아프지도 않아서 오랜만에 집에서 느긋한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휴가 때에는 보통 컨퍼런스를 가거나 수련회, 세미나 또는 가족과의 여행… 휴가 때 조차도 바빴었기에 집에서 자가격리는 저에게 최고의 휴가로 느껴졌지요. 그렇게 이틀. 꿈의 인생을 살다가 3일째 되던 날 근육통이 심해지면서 열이 39.5를 넘어 40도 가까이 3일 정도 지속 되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감기가 걸려도 하루 이상 아파본 적이 드문지라, “아, 코로나에 걸렸구나!” 를 직감하니 내가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에 남편이 대표로 기도를 해주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문득 이 시간이 우리 가족과 기도하는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기도를 이어받아 대표로 기도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남편과 교회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마치 유언을 남기듯 기도를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마음은 평안하였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문이 열린다는 믿음이 평화롭게 내 마음에 차올라서 죽음의 공포는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며칠 후 열이 39도 이하로 떨어지고 호흡곤란이나 다른 증상 없이, 발열과 피로감으로 잠을 아주 많이 잤습니다. 몇 달 치 부족했던 잠을 한꺼번에 잔 것처럼… 그렇게 2주가 거의 지나갈 무렵 회사 CEO로부터 전체 이메일이 떴는데 저와 가까이서 같이 일한 동료가 COVID-19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Public Health에 연락하여 검사를 받았습니다. 부활절 아침 걸려온 전화 한 통,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확진 판정이 난 겁니다. 그런데 왠지 COVID-19 확진 판정을 받으니 왠지 수퍼파워를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감염을 겪었고 지나왔으니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두려움은 전혀 없고, 오히려 승리한 기분? 전투에서 이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이긴 게 골리앗인 것 같고…” 뭐 이런 느낌….ㅎㅎ.
저는 Health Care Workers로 분류되어 2번의 검사를 더 받고 2번 다 음성 판정을 받아야 직장 복귀가 가능한데 며칠 전 받은 재검사에서 또다시 양성결과가 나와 아직도 휴직하며 쉬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 2월에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부의 사회복지부와 우리 기관이 함께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새롭게 시작하는데 제가 그중에 두 가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제가 하고 싶어 하고 앞으로 하려고 했던 계획과 연관이 되어 있어 기대와 포부가 컸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다 취소되어 버렸습니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되었지? 다른 직장 동료들은 멀쩡한데 왜 내가 코로나에 걸려 이렇게 집에 갇혀 있는 거지?”
부활절 온라인예배 때 함께 불렀던 찬양이 생각납니다. “광야를 지나며” 정확하게 지난 몇 주간 자가격리 기간 동안의 제 마음이었고 기도였습니다. 절망도 좌절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희망과 뭔지 모를 다른 기대였습니다.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곳 광야.
주께서 나를 사용하시려
나를 더 정결케 하시려
나를 택하여 보내신 그곳 광야
성령이 내 영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광야
내 자아가 산산히 깨지고
높아지려 했던 내 꿈도
주님 앞에 내려놓고
오직 주님 뜻만 이루어지기를
나를 통해 주님만 드러나시기를
광야를 지나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놓았던 것들, 겉사람의 필요에 치우쳐서 내가 내버려두고 있었던 나의 속사람을 찾게 되었고, 분주히 세상 속에서 돌아다니던 나를 붙들어 고요히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는 그 장소… 골방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성령이 내 영을 다시 태어나게 하시기를 기대하고, 내가 계획했던 일과는 다를지라도 새로운 일을 행하실 하나님이 기대됩니다. 그 하나님이 이 땅에 이루실 일이 기대되고 나를 통해 어떤 일을 하실까도 기대됩니다.
이 어두운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복음의 빛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빛이 온 땅 구석 구석에 우리를 통해 비춰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모두 화이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