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은 생명의 삶

처음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삶을 수강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귀찮음이 가장 컸었다. 학교 일도 바쁘고 할일도 많은데 이런것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성경 공부에 대한 인식이 이런 상태로 사역을 하는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교회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들어야 하는거라면 세상 속에서 신앙적으로 나태해진 나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이 될수 있도록 노력하자 생각했다.

생명의 삶 첫 수업에서 목사님께서 이 커리큘럼을 통해 얻고자 하는게 있는지 각 사람에게 여쭤보셨고, 나는 나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한번 점검하고 가다듬는게 목표라고 한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커리큘럼과 숙제를 받았을때는 생각보다 별것 없다고 생각했었다. 숙제는 귀찮긴 해도 절대 많은 양이 아니었고 25 년동안 목사님 아들로써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얄팍한 성경지식들 정도면 별 탈없이 무사히 마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점점 처음 접하는 지식들이 늘어갔고 얕봤던 숙제들도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가며 겨우 끝내거나 시간을 못맞춰 다음주까지 연기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내가 자부심을 가져왔던 지식들이 수박 겉핥기 식이었는지, 하나님의 자녀로써 내가 내 삶 속에 하나님께 바치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 피부로 느끼며 내가 과연 사역을 할 자격이 있기는 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던 적도 있다. 그 중에 위안이 되었던것은 다른 동기생들도 함께 뒤쳐졌기에 “아 나만 연약한 죄인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던것 같다.

하지만 정작 교회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찬양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목자거나 생명의 삶뿐만 아니라 삶공부 전체를 마친 사람들 뿐이었다. 그것을 눈치채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역을 하다보면 항상 주변에 신앙심으로 가득찬, 하나님 앞에서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는 착각에 빠져 살지는 않았나?” 였다. 정작 나 자신은 전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면서,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사역을 한다는 자신만의 오만함에 빠져 “나도 이 정도면 어디가서 신앙으로 빠지진 않지, 나 정도면 교회 생활 충분히 하고 있는거지” 라는 자기 합리화에 잡아 먹히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뒤 밀려있던 숙제를 한주만에 끝마치고 결석도 하지 않으며 모든 생명의 삶 과정을 끝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 시험이 남아있었고, 목사님 왈 “시험으로는 현재까지 단 한명의 탈락자도 없었다” 라는 말씀은 위안이 되기보다는 내가 최초의 고학력자 탈락자가 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만 일으켰다. 솔직히 저기 내 앞에 앉아있는 갓 중학교를 졸업한 따끈따끈한 고딩 은정이보다는 잘봐야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래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목사님이 주신 문제 리스트를 열심히 공부하였고 시험지를 펼칠때까지 100 점을 장담하며 자신만만한 상태였다. o/x 문제들을 보기 전까진. 분명 목사님이 나눠주신 문제지랑 똑같이 나온다고 하셨는데 페이크였다. 이번 기수부터 새로운 o/x 문항이 생겼다고 하셨다. 다행히 o/x 전에 목사님이 주신 문제지를 거의 모두 맞춰 무사히 차석으로 통과 할수 있었다. 수석은 정진숙 자매님이셨는데 역시 연륜을 이길수는 없다는걸 깨닫는 기회였다. 아무튼 무사히 시험까지 마치고 이번 기수도 단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수료를 완료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4 개월의 생명의 삶 기간동안, 그전가지 세상속에 파뭍혀 하나님의 존재를 느낄수 없었던 나의 삶 속에서 다시 한번 하나님의 자녀로써의 마음을 되찾고 나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것 같다. 처음 생명의 삶을 신청했을때의 목표를 이루고 무사히 마무리 짓게 도와주신 하나님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생명의 삶이 끝났다고 다시 소홀해지지 않고 이 마음과 행동을 유지할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