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시간 참 빨라, 그치?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땐 그렇게 혼자 나가서 살고 싶어 했는데, 이제 엄마 옆에 붙어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날이 곧 올거라 생각하니 먹먹하기도 하네. 내가 어느새 스물다섯이 되었어. 내가 항상 기다리던 예쁜 나이.. 스물 다섯 살. 막상 되어보니 별거 없네. 내가 우리 파링이 상추 송이 동이 보면서 맨날 “언제 이렇게 컸어” 라고 말하는데,엄마도 날 볼때마다 그렇게 느끼겠지? 언제 이렇게 컸는지.
요즘 그렇게 어릴적 생각이 참 많이 나. 초등학생 때 엄마가 일하느라 학부모회 참석 못하는건 물론이고 공개수업 오는 것도 쉽지 않았잖아. 할머니가 대신 급식당번 하러도 오구, 아빠가 대신 공개수업 오기도 하구. 공개수업 마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혼자 학교를 뚜벅뚜벅 나가는 아빠의 뒷모습이 여전히 아른거려. 엄마가 원래 잘 못오는거 알았기에 반차내고 휴가 내서 온 엄마의 노력을 어릴 때도 느꼈던건지 그런 엄마를 학교에서 만난다는건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고,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어깨가 으쓱 해질 때도 있었어. 친구들이랑 길가다가 엄마를 마주치면 달려가서 안길 정도로 엄마를 참 많이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아. 그 때의 엄마 품은 참 따뜻했고. 참 많이도 나대고 다니는 딸내미 뒷바라지 하느라 직장 눈치도 보였을거고 또 할머니한테 나 맡기고 다니는 워킹맘으로 살았을걸 지금와서 생각하니 참 서러울 때도 많았겠다 싶네.
내가 지금도 여전히 말하지. 엄마는 언제나 멋있다고. 츄리닝에 모자 쓰고 다니는 엄마가 뭐가 멋있냐고 엄마는 나한테 뭐라 그러지만, 나한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씩씩한 엄마이기에 참 멋져. 엄마 같은 씩씩하고 멋진 여자가 되는게 내 꿈이기도 했지만, 가끔은 씩씩한 엄마가 안쓰럽게도 느껴져. 장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 간다는게 이렇게 엄마를 씩씩하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구. 엄마의 위치가 자식도 부모도 자신의 몸도 스스로 챙겨야 하기에 씩씩 할 수 밖에 없는 위치구나 생각하게 돼. 부모도 자식도 다 본인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책임감 때문이랄까. 빨리 내가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데, 내가 덜어준다 해도 엄마의 짐이 쉽게 덜어질까 싶기도 하고. 엄마니까…
엄마,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껴. 나는 평생 13살일 것 같았고, 평생 엄마는 48살일 줄 알았는데, 나한테는 늘 멀기만 했던 미래의 일들이 현실이 되는걸 보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느끼게 돼. 그러면서 ‘세월을 아껴야 되는데’ 라고 생각도 많이 들고. 이 땅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 같은 인생 가운데 하나님은 우리의 만남을 허락 하셨고 우리 가정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허락 해 주셨음에 감사해. 엄마 아빠 사랑으로 인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고, 또 나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전해 줄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 엄마가 나에게 전해줬던 수많은 복음의 씨앗들과 기도들, 풍성한 열매가 되어 믿음의 유산을 잘 지켜 나가도록 노력할게요.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는 철부지 스물다섯살 딸이지만,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고 엄마를 움직이게 만들지만, 내가 앞으로 더 잘 할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 엄마! 멋진 엄마가 되어줘서 감사합니다.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