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안녕 엄마, 이렇게 편지 쓰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다. 사실 원준쌤이 어버이 주일예배날 편지를 써서 나누어 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부끄럽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예전에 교회에서 엄마가 나랑 형 누나한테 편지 읽어줬던게 기억나서 나도 이렇게 써봤어.
우리 처음 캐나다 왔을 때 기억 나? 그때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온 나는 학교 초기에 따돌림도 당하고 친구도 못 만들어서 당시 엄마도 미웠고 그 몇주간은 하루도 캐나다에 있고 싶었던 날이 없었어. 왜 한국에 좋은 집 두고 아파트로 이사왔는지, 왜 내 친한 친구들 버리고 외국인들이랑 사귀라고 하는지도 몰랐어. 근데 막상 그때의 엄마는 매일 새벽까지 저녁테이블에서 공부하고 있더라. 엄마도 동네 이모들이랑 놀고 수다 떠는 거 좋아하는데, 전혀 모르는 언어로 혼자 공부하고 대학 다니는 걸 엄마도 즐기진 않았을 텐데, 그저 우리 셋 때문에 싫은 티 안 내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던 걸 지금 돌아보니 너무 미안해. 그렇게 우리 삼남매를 위해서 힘들게 공부하고 일 했던 걸 한번도 고맙다고 한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이번 기회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렇게 찡찡대고 말 안 듣던 내가 이제 곧 있으면 졸업하고 대학을 가네. 12학년은 나에게 정말 롤러코스터였어서 점수 잘 받은 어느 하루는 기분 좋아 어쩔 줄 몰라했고 점수 못 받았을 때는 우울해서 엄마 말도 흘러넘기고 조용히 내 방으로 갈 때도 있었지. 그럴 때 엄마가 조용히 내 방 문을 열어서 나한테 말 걸어줄 때는 그냥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도 있고 속상해서 못 참고 울었을 때도 많았어. 엄마는 매번 나에게 괜찮다고, 점수 낮게 받아도 슬퍼하지 말라고 지지해줬는데 돌아보니까 내가 엄마에게 그런 격려하는 말은 해준 적이 거의 없네. 매일 아침부터 밤 열시 반까지 풀타임으로 뛰는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일하다 손에 다친 상처들을 나한테 보여줄 때 정작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것 처럼 진심어린 격려의 말들을 해준 적이 없는 거 같아서 미안해. 나는 진심으로 걱정되고 일 조심히 했으면 좋겠는데 항상 말하긴 민망해서 그냥 괜찮냐고, 어디서 다친거냐고 물어보기만 하고 다시 내 할일 하러 갈때가 많았던 거 같아서.. 내가 근래에 스트레스도 쌓여 있었고 학교 관해서 걱정 근심도 많았었어. 엄마가 학교에 관해서 뭐만 물어보면 나는 그 주제를 넘기려고 시큰둥하게 답하던 때가 많았지. 그럴때 한번 엄마가 나한테 그랬어: 엄마가 잘 모른다고 대충 흘려말하지 말아달라고. 난 항상 엄마가 그런 질문 할 때마다 내 학업과 점수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엄마는 그저나랑 대화를 하고 싶었었던 건가 생각했어. 내가 그런 학업관련 질문에 뭐만 하면 조용해지고 내 방에 들어가는 경향 때문에 엄마는 그 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무책임 했었다고 생각이 들어. 이제는 엄마랑 다시 대화도 많이 하고 우리 사이 가까워지도록 노력할게.
오래전부터 나랑 엄마랑 매주 교회 갈때마다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때 나는 거의 매번 내 개인적인 기도제목이랑 감사한 것들에 대해서 기도하는데 엄마가 옆에서 기도할 때는 항상 우리 삼남매 이름이 들리더라. 항상 엄마는 우리한테 좋은 일 있을땐 엄마 일 마냥 감사하다고 기도 드리고 힘들땐 기도제목으로 부탁드리는 게 매번 고맙고 정말 미안한 거 같아. 나도 영적으로 더 성장하고 후엔 나도 엄마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매번 기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쓰다 보니 여태까지 엄마한테 미안한게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이제 속 안 썩이고 더 나은 아들이 되려고 노력할게. 매번 보살펴주고 사랑해줘서 감사하고 내가 나중에 꼭 엄마 갖고 싶은 거 다 가질 수 있게 노력할게. 사랑해 엄마.
– 오세찬 형제 (구자랏 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