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10일 예보 중 일요일만 비가! – 서윤주 사모

지난 주일에 있었던 야외예배를 준비하면서 일기예보를 보니10일동안의 일기예보 중에 일요일 빼고 모든 날이 다 맑고 화창!  9월15일 일요일에만 비가 온다는 예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스크린 샷을 찍어 목자 카톡방에 올렸습니다. “이럴 수가….. 10일 예보 중 주일날만 비가 온다네요… ㅎㅎㅎ”

바로 전날에도 여전히 일요일에 비 온다는 예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잠깐만 내리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침10시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을 줄기차게 내린다는 것입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길을 걸으면서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강한 바람을 보내주셔서 아예 구름이 빨리 도착해 내일 내리기로 한 비가 오늘 미리 다 쏟아지게 해주세요…! ”

그러나 맑은 토요일 하늘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습니다.  워터루 땅으로 오고 있는 구름은 예상 속도대로 오고 있었구요.  아이고~~ 하루 종일 일하고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그냥 잠자리에 들 수가 없어 교회로 철야기도를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자기는 이미 기도 할만큼 했기 때문에 더 할 것도 없다고 혼자 가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와~ 진짜 이 사람, 자기가 목사인데 어찌 이리 태평이지.. 목사 맞아?!”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심호흡 백 번하고 간신히 참았습니다! 혼자 가는 것이 좀 안됐던지 제 표정을 보고 남편도 따라 나서주었습니다. ^^

[서윤주] [11:31 PM] 아직도 일기예보는 그대로네요 …. 저희는 철야하러 교회로 갑니다. 비가 오던 안 오던 상관없이 오기로 한 신입생들과 VIP들이 다 참석하기를…구름 속에서도 빗속에서도 햇빛 속에서도 하나님 임재의 은혜가 있기를 함께 기도해요!

목자 카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놓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새벽 1시에 조심스레 일기예보를 보았습니다. 에효… 여전히 그대로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 목자들은 의심이나 불평 한마디 없이 카톡방을 통해 준비 상황을 계속 서로 점검하고 준비물 챙기고 라이드를 편성하고… 준비를 계속 진행해 가더군요.  참..이 사람들도 어지간하다… 오고 가는 카톡 메시지들을 보면서 목자들의 신실한 믿음과 헌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졸다 기도하다 밤새도록 교회에서 보내고 새벽 5시에 일기예보를 보니 10시부터 온다는 비가 11시부터 온다고 조금 뒤로 미뤄졌습니다.  엘리야가 3년동안의 가뭄 속에서 비를 위해 기도했을 때 멀리서 오는 손바닥만한 구름을 보고 비가 올 것이라 예언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을 내려갔던 성경내용이 떠올라 “그래, 굳사인이다! 집에 가자!”. 그리고 7시에 확인하니 또 한 시간 더 뒤로 미뤄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뒤로 미뤄지더니 비가 3시부터 온다는 것입니다. “할렐루야! 3시에는 비와도 된다!”

아침9시에 하늘을 보니 어제처럼 맑은 하늘이 넘 예뻤습니다. 우리는 쉘터 예약도 못했고 비를 막을 천막도 없기에 비가 오면 맞아야 하고 준비한 피크닉은 그대로 강행 예정이었습니다.  “하나님, 이대로 구름이 머물게 해주세요.  여호수아가 기도했을 때 해가 머물러 하루 종일 지지 않았을 때처럼…! 그런데 웬일….일기예보가 미친 건지 하늘이 미친 건지…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준비위원들이 모이기 시작한 10시가 조금 지나고부터 소낙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자들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목사님, 어떡해요?… (김목사님: “뭘 어떡해?”) 그냥 진행해요?… (김목사님: “응”).. 시간이라도 좀 늦출까요? (김목사님: “아니, 그냥 예정대로 11시”) …비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이는 시간을 지연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김목사님: “괜찮다, 비 안 온다”)……헐…….지금 비가 퍼붓고 있는데………!! 준비는 다 되었고 곧 11시부터 예배가 시작인데…..“아~ 하나님! 저희들은 비 맞아도 괜찮은데 신입생과 VIP들이 이 비를 맞고 올까요? 어떡하죠? 도와주세요~~” 응급기도를 날렸습니다. 다행히 10:40쯤 비가 잦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청년이 우산을 쓰고 도착했습니다.

목사님이 반갑게 맞으며 바베큐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다리가 다쳐서 무거운 것을 들 수가 없다고 너무 미안해하는 겁니다. 원래 목발을 짚고 다녔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우산을 드느라 목발을 놓고 왔다고…. 낯익은 얼굴이 아니라 우리 교회 처음 왔냐고 물으니 교회라는 곳을 난생 처음 와봤다는 겁니다. 오.. 이 사람은 ~ VIP! 그런데 참 이상도 하죠… 교회를 처음 와보는 VIP가.. 이 비를 뚫고.. 우산을 쓰느라 목발도 못 짚고.. 불편한 다리로..  Uber를 불러 타고 왔다니…. !  강한 바람이 불어와 비구름을 날려버리고 오던 비가 그친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이 청년을 보는 순간 “아…하나님은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나 둘씩 우산을 쓰고 나타난 사람은 100명이 넘어갔고  계속해서 모여 드는 사람 숫자를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던 피크닉 테이블을 모아서 예배 장소를 셋팅해 놓았는데 의자들은 다 비에 젖어 앉을 수도 없고… 일단 의자에 쓰레기 봉투를 깔고 앉아 우산을 쓰고 그렇게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표기도 시간에 선혜 목녀님이 기도를 하는 중에 갑자기 등에 온기가 느껴지면서 더워지는 것이 아닙니까?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어? 성령의 열기인가…?” 의아했는데 기도가 끝나고 눈을 뜨고 보니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추위 때문에 목까지 지퍼를 올리고 있던 쟈켓을 더워서 벗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비를 막기 위해 펴 놓은 우산을 접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이유는..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ㅎㅎ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하셨는데 “오 여러분! 온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가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이니 그렇게 퍼붓던 비가 멈추고 이제는 눈부신 햇살이 뜨거워 우산을 양산으로 쓰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 이런 말씀을 하시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오히려 “비가 오든 햇빛이 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궂은 날이나 맑은 날이나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을 기뻐 받으십니다. 비가 또 올 수 있습니다. 기도했는데도 비가 온다면 하나님이 뜻이 있어 내리는 것이니까 비가 오면 기쁘게 맞읍시다!”  그러나 설교를 들으면서 제 마음에서는 “이제 비구름은 지나갔으니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거야” 그랬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그 맑은 하늘에서 비가 또 오더군요! 아… 설교를 그렇게 한 목사님이 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모두 다  불평 한마디 없이 비를 그냥 맞으면서 서로 우산을 받쳐주고 쟈켓을 서로 벗어 입혀주며 행복하게 웃는 것입니다.

식사 시간이 되어 고기를 굽고 밥을 먹을 때에도 비는 간간히 내려주었습니다. 숯이 비를 맞아 연기는 더 맵고, 고기를 굽는 형제는 연기에 눈물을 흘려가며 비 맞은 숯을 빼내고 또 숯을 피우고…  그런 와중에서도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사람이 없이 빗속에서 밥을 먹더군요. 참…노숙자들도 아니고 집에 다 먹을게 있는 사람들이 여기 나와서 이 고생을 하며 밥을 먹다니… 테이블 위에 깔았던 테이블보를 벗겨서 목장별로 뒤집어 쓰고 그 속에서 같이 킥킥거리고 밥을 먹는 모습들이 참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챙겨주고 섬기는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저마다 자기의 의견이 달라서 충돌이 일어나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정말 새로 온 사람들까지도 모두 한마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기도 너무 맛있어서 비를 맞으며 둘이 먹다 하나가 벼락을 맞아도 모르게 맛있었지요.

그 다음날, 어제의 궂은 날이 언제였냐는 듯 맑게 개이고.. 그 다음 한 주는 내내 날씨가 환상적으로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야외 예배 날만 빼고..!^^이 글을 쓰는 23일 일요일, 오늘도 날씨가 엄청 좋습니다. 이번 주에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ㅎㅎ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야외예배를 이번 주로 잡았다면 이번 주에 비가 왔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생각해봅니다. 하나님께서 야외예배에 날씨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신다면…흠… 저는 지난 주일의 날씨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맑은 날씨였다면 우리가 피크닉 하기에는 편안하고 즐거웠겠지만 지난주와 같은 스릴과 감동은 없었을 테니까요.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무슨 일을 만나도 어떤 날을 만나도 감사하고 기쁨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이 함께하시니까요.

철야기도 가기 전 목자들과 함께 공유한 기도제목대로 구름, 비, 햇빛과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어우러졌던 야외예배, 우산으로 비도 막고 햇빛도 막고… 추워서 떨다가 더워서 쟈켓을 벗어냈다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

– 서윤주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