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교회가 끝나고 중고등부 다 같이 한 시간 반을 차 타고 St. Williams에 있는 캠핑장을 갔습니다. 저희 숙소에는 세 개의 방들과 창고 하나, 샤워실 하나, 바깥에 테이블 하나, 그리고 캠프파이어 할 수 있는 Fire Pit이 있었습니다. 짐을 다 풀고 방 배정까지 한 후, 원준쌤이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를 시작할 마음에 저희는 라이터 하나 쥐고 신문지에 불붙여가면서 캠프파이어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불을 붙이고 바람을 불어도 장작에 불이 붙을 기미가 안 보이는 거예요. 휘발유와 토치가 바로 옆에 있는 걸 알면서도 저걸 쓰면 캠핑 감성이 안 산다고 이 악물고 라이터로 불을 지펴보려 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캠핑 감성은 무슨 캠핑 감성이냐, 불이나 어떻게든 지피자” 하며 결국 휘발유와 토치로 캠프파이어를 시작했습니다. 한 명씩 꼬치 하나 가지고 소세지와 마시멜로우를 끼워 불 위에서 굽는데 그날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저희 모두 연기 피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래도 구운 마시멜로우와 소세지는 맛있었고, 따뜻한 불 앞에서 이야기나 나누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와서 모두 방으로 피신했습니다. 다행히 비가 그치자 그제서야 한 명씩 샤워를 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새벽 한 시가 되어도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아서 저는 지호 데리고 여자들 방으로 들어가서 같이 세시까지 보드게임을 한 후에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희는 아홉시 반에 패들 보딩 reservation을 쓰고, 몇 분 후에 저희는 Turkey point beach 에 가서 패들 보딩을 간단하게 배우고 바로 물로 가서 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균형 잡기는 쉬웠는데 패들을 저을 때 몸이 좀 흔들려서 저는 한 네 번인가 물에 빠졌었습니다. 처음엔 저희 다 한 번씩은 빠질 줄 알았는데 저만 유난히 좀 속도 내보겠다고 휘황찬란하게 패들 젓다가 빠지고 또 빠지고 해서 좀 부끄럽긴 했습니다. 그래도 조용한 분위기에 물소리도 잔잔하게 나니 힐링도 나름 된 것 같았습니다. 도착지점까지 다다르다 보니, 다리와 팔에 힘이 많이 빠져서 오늘 운동은 이걸로 다 했다 하고 물에 나와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로 돌아갔을 때 저희 모두 배가 고파서 한 명씩 컵라면 하나 꺼내고 햇반에다가 카레와 짜장 소스를 섞어서 먹었습니다. 보통 불닭에 소스 반 넣고 치즈와 우유랑 먹는 저는, 저만의 한계를 시험해보려 핵불닭에 소스 다 넣고 먹어봤는데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먹고 난 후에, 한 시간 정도 쉬고 저희는 호수에 가서 수영을 하려 다시 차에 탔습니다. 호수에서는 물에 들어갔는데 춥기도 하고 할 것도 없어서, 다 같이 수다만 재밌게 떨고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는 샤워실이 하나여서 한 명씩 해야 하는데, 여자애들이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는 동안 남자들끼리 의자에 앉아서 다 같이 노래 떼창을 했습니다. 모두 샤워를 끝마친 후, 지호랑 건희 형이랑 준영이 형은 방에 들어가서 자고, 저와 나머지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보드게임이나 조금 하면서 저녁 먹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저녁은 원준쌤의 부대찌개였는데요, 역시 요리실력이 대단하시다고 다시금 느끼게 된 저녁이었습니다.
이 캠핑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면 바로 모기와 파리인데요, 저는 생전 사람을 무는 파리는 처음 봤습니다. 모기향을 몇 개를 피워도, 버그 스프레이를 몇 통을 비워도 파리와 모기들은 저희의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그래도 캠프파이어는 시작해야지” 하고, 이미 버린 캠핑 감성, 이번에는 휘발유와 토치를 시작부터 손에 들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인간은 역시 도구를 써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이날 밤은 노래를 틀며, 어느 정도 이야깃거리도 나누고 조금 힐링이 되는 밤이었던 것 같습니다.
캠프파이어를 조금 한 후에 다 같이 제 방으로 가서 보드게임을 했는데요, 좁은 한 방에 아홉 명이 있어서 좀 후덥지근하기도 했지만, 보드게임은 되게 재미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이 끝나고 시간은 밤 열두 시가 됐는데요, 원준쌤 빼고 저희 중고등부는 캠프파이어를 다시 시작하고, 새벽 한 시까지 불만 쳐다보며 이야깃거리를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넘어가자 사람들이 한두 명씩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는데요, 저는 이왕 캠핑 온 거, 뽕이라도 제대로 뽑자 하는 마음에 밤을 새려 마음 다짐을 했습니다. 그 똑같은 마음가짐은 은교도 가지고 있어서 새벽 세 시에는 저와 은교만 둘만 남았습니다. 저희 둘은 서서히 캠프파이어 불이 꺼지자 창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섯 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 새는 내내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수다도 떠니까 되게 재밌었고 힐링 받는 느낌이 컸습니다.
마침내 해가 뜨자 은교도 방으로 가서 자고 동시에 원준쌤과 지호는 일어났습니다. 저희 셋은 또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어느새 9시 반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을 깨우고 짐도 어느 정도 싸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아침밥을 간단하게 먹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하나둘씩 짐을 차에 싣고 캠핑장을 떠났습니다.
이번 캠핑에서 제가 제일 좋았던 부분은, 물론 액티비티들도 좋고 재밌었지만, 중고등부와 있었던 캠핑장에서의 모든 소소한 순간들이 힐링이 되고 즐거웠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캠프파이어를 시작하려 옹기종기 모여 불을 지피는 것도,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다 각자 방으로 피신한 것도, 샤워하려 기다리면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캠프파이어에 모여서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하나하나 너무 즐거웠고 재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시고, 이 모든 것을 Organize 해주시고 이끌어 주신 원준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 오세찬 형제 (청소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