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로 떠나요 – 김성수 형제 (부다페스트 목장)

안녕하세요. 부다페스트 목장의 김성수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저희 가정이 워털루제일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목장에서 교제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아쉽게도 직장 일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캘거리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캐나다에 오게 된 과정과 지난 1년간 저희 가정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짧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캐나다에 온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아내가 처음에 캐나다로 가자고 했을 때, 저는 한국에서 회사생활에 만족하며 잘 지냈기 때문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외동아들이기 때문에 부모님을 뒤로하고 이렇게 멀리 나와 산다는 것이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그 무렵, 섬기던 교회에서 중보기도 사역 헌신자를 모집하길래 마음이 끌려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마무리하면서 각자의 기도 제목으로 팀원들이 서로 기도해주는데, 제가 기도를 받는 차례에서 순간 부모님에 대해서 염려하지 말라는 마음이 강력하게 느껴져서 그것이 캐나다에 가는 것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로 저는 불확실한 마음 대신 평안함으로 캐나다 행을 준비할 수 있었고, 가족 모두 한국에서의 일들을 전부 순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11월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저희의 계획은 이듬해 봄에 다엘이를 학교에 보내고 제가 구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서 저희의 계획도 예외 없이 틀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돌아보면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그사이 많이 있었습니다. 원래 작년 여름쯤에 장모님이 다녀가시기로 되어있었는데, 손주가 너무 보고 싶다며 저희가 캐나다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된 무렵에 깜짝 방문하셔서 한 달간 머무르고 가셨습니다. 만약 예정대로 여름에 오시기로 했다면 코로나로 인해서 들어오기 매우 어려우셨을 텐데 그때 미리 오셔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 3월에 구직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에 가기로 한 날짜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다엘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컬리지 수업을 들으며 바빴기 때문에 제가 다엘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급한 마음에 여름에 구직을 시작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예전에 치료했던 어금니가 오래된 나머지 부러졌습니다. 아내와의 상의 끝에 한국에 가서 임플란트를 하고 오기로 했는데, 그것은 오가는 비용은 고사하고 구직이 그만큼 더 지연된다는 걸 의미했기에 꽤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으로 떠나야 했을 때쯤엔, 인터뷰를 진행하던 한 회사로부터 한국에 돌아간다니 당장은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비행기를 타야만 했기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국에 가서 이빨도 치료하고 두 달간 머무르면서, 온 가족이 양가 식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짧게 여수로 여행도 다녀왔고요. 거기다 생각지 않게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한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프리랜서로 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월에 캐나다로 돌아왔고 2월 한 달을 더 한국회사와 원격으로 일을 한 뒤 3월에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그만두고 1년간 공백이 있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다시 시작하고 그것에 이어서, 한국에서 했던 일과 가장 잘 맞는 직장까지 구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다는 사실은 언제 생각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이빨이 부러졌을 때는 왜 하필 이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는 일이 더욱 기약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세 식구가 좀 더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한 것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내는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다엘이가 학교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많은 시간을 다엘이와 함께 보내야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은 채 집에 1년 넘게 있어야 했던 것이 제겐 큰 마음의 어려움이었지만, 이 기간 동안에 자녀와 함께하면서 추억을 쌓고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서 부모로서 저의 부족함을 좀 더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워털루제일교회와 목장 식구들을 만나서 함께 교제하게 된 것이 저희에게는 큰 위안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하며 지금과 비슷한 목장 모임을 지속해왔지만, 이곳 워털루에서 만난 목장 식구들이 그 어떤 때보다 더 마음이 가고 믿음의 동역자로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있을 때는 교회 식구들에게 개인적인 기도 부탁을 잘 하지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는 구직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목장 식구들과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또 기도 부탁을 했기에 저도 교회와 목장 식구들을 위해서 좀 더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저희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분명하고 놀라워서, 이렇게 길을 열어주시는 것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 자주 생각해봅니다. 한가지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미리 다 아시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분임을 그리고 우리 가정의 주인 되심을 더 알아가기를 바라시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떠나는 가운데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워털루제일교회 가족분들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영과 육이 늘 평안하시기를, 그리고 언젠가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