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후기 -하지호 형제 (청소년부)

캠프 후기 써보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그냥 놀러간 거였는데 후기를 쓰라니. 그래도 해 봐야죠. 어떻게 쓰다 보면 뭔가 나올 거라 믿고 가 봅시다..

첫 번째 날은 교회가 끝나고 곧바로 캠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떠들다 보니 금방 도착했어요. 근데 도착해 보니까 이게 아닌데 싶더라구요. 내가 생각한 건 약간 별장 느낌이었는데, 무슨 원시인이 살 법한 비주얼의 오두막 네 채가 있는 거예요… 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멤버들한테 물어봤어요. “이거 나만 몰랐어?” 근데 다들 표정을 보니까,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누구는 계곡 아니었냐고 하고, 또 누구는 바다 근처 아니었냐고 하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때 딱 떠오른 게, ‘아 … 원준 쌤께 당했구나…’ 이래서 어디 가는지 말 안 하셨던 거였어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죠. 정글의 법칙 촬영장에 간다는데, 누가 선뜻 가겠냐구요… 그렇게 짐을 풀고 같이 오셨던 부모님들은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청소년부의 베어 그릴스 체험이 시작ㅁ됩니다.

도착하자마자 먼저 식사를 했어요. 메뉴는 아마 그냥 햇반이랑 숯불 바베큐였던 거 같아요. 기억엔 엄청 맛있었던 것 같은데, 벌레가 좀 거슬리더라구요. 잘 기억해주세요, 벌레에 관한 떡밥이에요. 그렇게 첫 번째 식사가 끝나고, 캠프파이어가 시작됐어요. 준비해 놓은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원준 쌤이 토치를 꺼내십니다. 근데 여기서 제가 아마 “낭만 없게 토치가 뭡니까? 버너로 가시죠.” 이런 헛소리를 했던 거 같은데… 덕분에 불만 1시간 동안 피웠어요. 과장 안 하고 진짜 한 시간 동안. 한 삼십 분 정도 붙여도 안 돼서 휘발유도 부어보고, 키친 타월도 태워보고, 또 성냥도 써봤는데 어림도 없지, 절대 안 되더라구요. 근데 이상한  거예요.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나무가 불에 안 탄다는 게. 그래서 캠핑장에서 받은 장작 말고 원준쌤이 준비해오신 장작을 대신 태워봤는데, 어머나? 이게 되네. 바로 붙었어요. 이거 때문에 저희끼리 “이건 캠핑장에서 악감정을 가지고 우리한테 누더기 장작을 준 거야!”라면서 떠들었던 기억도 있네요.

불을 피우니 해는 어느덧 졌고, 하늘에는 별이 떴어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소시지 굽고, 마시멜로우도 구우면서 잡담 나눴어요. 감성 충만한 저녁, 모두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에 젖어 있을 그때, 똑. 뭔가 얼굴에 떨어졌어요.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쏴아아악!! 비가 내립니다. 그것도 폭풍우처럼 엄청나게 강한 비가. 불 피우던 도중 난리가 났어요. 막 그냥 다 놔두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밖에 두고 온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닌 거예요. 몇 명은 막 물건 구출하겠다고 빗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원준 쌤은 굽고 있던 고구마, 감자, 옥수수 살리겠다고 나가시고. 지금 돌아보면 이 정도는 약과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비가 그치고. 저희가 1시간 동안 고생하면서 피웠던 불은 죽었고, 벌써부터 상처만 남은 여행이 됐어요.

슬슬 취침 시간이 다가왔고, 편안한 수면을 위해 샤워를 준비했습니다. 비교적 단순한 생명체인 남자들이 시간 절약을 위해 먼저 샤워를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저녁 한밤중인 거예요. 아무것도 안 보였죠. 와우. 덕분에 모든 남자들이 원준 쌤과 동행해야 했어요. 설명을 잘 못 해서 어떤 구조일지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전등 없는 샤워부스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어쨌든 상당히 찜찜하게 샤워를 내고, 여자들이 샤워하러 갔어요. 다음날 9시 기상이기에 샤워를 끝낸 멤버들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 당연히 자기 싫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보드게임! 근데 문제는 보드게임이 차에 있는 거예요. 그때 구조상 주차장까지 가려면 좀 걸어야 했는데, 때마침 세찬이가 저랑 같이 가겠다고 해서 같이 갔어요. 휴대폰 후레쉬 켜고 터벅터벅. 근데 세상에나, 갑자기 천둥이 치는 거예요. 2차전의 시작인 거죠. 거의 도착한 타이밍에 비가 아까보다 많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세찬이랑 정신없이 뛰어서 차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무슨 영화 속 위기에 처한 두 주인공처럼 서로 ‘정신 차려!!! 자면 죽는 거야!!’ 라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어요. 근데 아무리 봐도 그칠 것 같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그냥 뛰었죠. 샤워하고 또 젖고.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 심지어 도착해 보니 숙소는 찜통이고 벌레도 많았어요. 뭐 그렇게 가지고 온 보드게임을 하고 취침 시간이 됐어요. 근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원준 쌤이 다른 방 가서 보드게임을 하라고 했어요. 여기도 할 이야기가 좀 많이 있는데… 너무 길어져서 스킵 할게요.

결과적으로 체감상 1시간 수면을 하고,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그냥 어찌 시간 보내다가 둘째 날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다들 죽어가더군요. 전날 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당연하죠. 그렇게 죽어가는 상태로 둘째 날이 시작됐어요. 아침 일찍 대낮부터 서핑과 카누를 합친 것 같은 것을 하러 강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거기서 기본 교육받고 본격적으로 체험을 시작합니다. 서프보드 위에 서서 중심 잡고 패들로 저어서 움직이는 건데, 솔직히 재미보다 고생을 더 많이 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나 균형 잡는 게 힘들어서 재미있었지, 익숙해지니 지루했어요. 그래서 건희 형은 아예 자신만의 도전을 하고자, 나중에는 서서 타지 않고 앉아서 탑니다. 한술 더 떠서 누워서 타기도 하고요. 엄청났어요. 노장의 노련함이라는 게 저런 거구나 싶었죠. 그렇게 나름 재미있게 체험이 끝나고, 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돼요.

아까 던진 떡밥을 풀어볼게요. 이제 강물 냄새를 맡고 파리가 몸에 붙기 시작합니다. 근데, 그냥 파리가 아니었어요. 제 살점을 뜯고 피를 빨아먹는 쇠파리였던 거죠.  와우… 진짜 엄청 아파요. 태어나서 쇠파리라는 존재와 처음 대면했어요. 솔직히 엄살일 수 있는데, 상당히 따갑습니다. 한두 번이야 괜찮지만, 계속 뜯기니 미칠 거 같았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제가 녀석들을 처단하기까지 이릅니다. 파리들한테 뜯기면서 눈물 젖은 식사를 하고, 다시 한번 강으로 갔어요. 그 과정에서 강물 냄새 맡은 쇠파리한테 또 물리고, 이번에는 해가 떠 있을 때 샤워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캠프파이어를 진행했어요. 이번에는 어제랑 다르게 짬이 좀 쌓여서 불은 금방 피웠던 것 같아요. 어제랑 똑같이 불에 음식 굽고, 이번에는 노래도 좀 틀면서 낭만 가득한 캠프파이어가 시작하고, 동시에 벌레와의 2차전도 시작했어요. 원준 쌤은 다음날 운전을 하셔야 하기에 먼저 잠자리에 들으셨고, 졸린 다른 멤버들도 잠자리에 들고, 새벽을 버틸 정예 멤버 세찬, 은교, 그리고 제가 불 옆에 남았어요. 원래는 건희 형도 있었는데, 속이 안 좋아서 조기 퇴근 했구요. 저는 아마 새벽 3시까지는 버틴 것 같은데, 세찬이랑 은교는 둘이서 대충 6시인가? 5시인가? 까지 버텼대요. 대충 1시간 잤다고 했으니까, 엄청 오래 버틴 거죠. 대단하다 둘 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저는 6시에 일어나서 또다시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어요. 미운 정 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돌아갈 때 되니까 그런 거 없더라구요. 이미 빈사 상태여서 빨리 집으로 가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었어요.

근데 여기서 마지막 사건이 일어납니다. 돌아갈 차가 두 대라는 거죠. 즉, 몇 명은 갈라져서 다른 차를 타야 한다는 것. 근데 또 타야 하는 차량이 다른 사람 차도 아니고, 목사님 차였어요. 딱 봐도, 엄청나게 어색하고 차 안에서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들은 목사님 차에 타기로 했는데, 어라라? 내가 또 졌네? 세찬이, 준서, 그리고 제가 목사님 차에 탔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딱딱한 분위기였어요. 목사님이 질문을 여러 개 던져 주셔서 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그런데도 숨길 수 없는 그… 아시죠? 근데 심지어 뒷자리에 앉은 세찬이와 준서가 잠을 자더라구요. 이 배신자들. 저는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됩니다. 엄청 어색해졌어요.

그렇게 얼마나 정적이 흘렀을까. 1초가 1분처럼 느껴지고,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경지에 다다랐을 때, 제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생각해 보면 주님께서 저를 이 캠핑에 보내신 이유가 이 시간 때문일지도 몰라요. 저는 목사님께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어요.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전부 물어봤어요. 솔직히 좀 무뚝뚝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친절하고, 또 재치있게 대답해 주셨어요. 중간에 사적인 것도 물어봤는데, 흔쾌히 대답해 주셨고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목사님. 그렇게 돌아오면서 둘만의 이야기 시간으로 성령 충만을 받고, 2박 3일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행이 끝납니다.

지금 돌아보면 힘든 일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좋은 시간이었으며, 또 주님께서 보호해 주셨기에 안전하게 복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캠프를 통해 얻은 것들은 전부 주관적이기에 다른 멤버들이 어떤 감명을 받았고, 또 어떤 의미를 느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주님께서는 한명 한명에게 의미 있는 깨달음을 주셨을 것이라는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