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혼자서 빠르게 통독을 시도해본다고 하루 15장 정도로 계획을 세워 열심히 읽은 적이 잠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십 평생을 그랬듯이 중간에 포기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교회에서 실시했던 통독 프로그램때는 ‘코비드 땜에 정신도 없는데 무슨’ 하며 먼 나라 이야기다 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바이블 GPS 시작하기 이 주 전인가 예배 시간에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오래된 신자로서 여지껏 성경 통독을 한번도 해보시지 않은 분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제 가슴에 꽂히고 스스로 창피해진 바람에 끝낼 수 있는 자신감은 없었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어디에도 잘 먹히고 설득력 있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좋은 핑곗거리가 있습니다. ‘애도 봐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고 가게도 해야 하고 제가 시간이 당췌 나질않아요’ 라는.. 무엇을 부탁받거나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딱 좋은 이유이지요. 하지만 사실 저는 애도 보지 않고, 살림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제 딸이 모든 걸 알아서 해주고 있거든요. 가게도 사실 요즘은 시간이 줄어 예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널널한 편입니다. 주 5일 근무에 근무시간도 8시간정도에 중간에 쉬기도 하구요. 그저 제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고 바쁘기 때문에 핑계로 삼고 있을 뿐이지요.
큰맘 먹고 시작한 GPS, 항상 그렇듯 창세기 출애굽기 정도는 가뿐히 넘깁니다. 창세기는 수십 번 읽었으니 내용도 익숙하고 귀로만 들어도 잘 들리니 ‘어랏? 해볼 만 한걸? 하는 착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하지만 험난 코스 레위기를 들어서면서부터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하루종일 이어폰 꽂고 있으니 귀는 아프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카톡에 나누어야 할 부분을 찾느라 다시 한번 눈으로 읽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면서 심적 부담감이 점점 더 산처럼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저희 깐짜나 목장 유양근 목자님과 황선영 자매님 두 분 다크호스들의 나눔들은 길고 내용도 좋아서 너무 짧게 쓰면 없어 보일까 하는 초등수준의 생각도 드니 압박감은 더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지금 아니면 영원히 나에게 통독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니 참고 버티자는 다짐으로 퇴근 후의 시간을 이용해서 삼십 분 정도 안 들렸던 부분 다시 읽고 간단히 나누는 것으로 하루하루 읽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럽게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성경을 읽는 법과 그날의 말씀 내용을 설명해주시는 앞부분은 차를 마시며 감상하고 성경 읽어주시는 부분은 일하면서 듣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물론 듣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잠시 딴생각했다 하면 혼자서 멀리 가서 읽고 계셔서 다시 모셔오는 일이 많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리 잡고 앉아서 읽지 않아도 되고 내가 조금만 집중하면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으니 참 좋다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목원들과의 나눔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을 삶에 적용하시는 것을 보며 도전을 받기도 하고 간증을 읽으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또 오늘은 나와 달리 어떤 부분을 나누어 주실건가, 은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하루하루를 잘 버티고 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제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제가 나누었던 말씀들은 오랫동안은 아니어도 다만 몇시간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어서 기도 할 때 사용도 할 수 있어서 나눔의 효과가 이런 것이구나 깨닫기도 했습니다. 만약 나눔 없이 “완료!!” 라는 단어로만 대신했다면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도 그냥 동영상 끝남과 동시에 완료라고 올리고 이어폰을 빼고 다시 읽어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지요.
1월 11일 이후로 가게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근무 시간 끝나면 도망 나오기 바빴던 가게였었는데, 바이블 GPS 덕분에 가게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른 일도 많이 하게 되고 더욱 부지런해지게 되었습니다.
긴 여정일 것만 같았던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모르겠습니다. 통독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 기억에도 없었을 1월, 2월, 3월이 그 어느 해의 3개월보다 값지게 느껴지고 참 잘했다 생각이 들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만약 도우심이 없었다면, 마음 한번 잘못 먹어 며칠씩 밀렸다면, 나눔이라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정말 끝내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같이 열심히 나누어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목자님과 선영 자매님 덕분에 잘 끝마치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나눔을 통해 서로가 전보다 주님 안에서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 참 좋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라는 말이 사실 전에는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가까이 계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조금은 무리수를 둔 듯 하지만 유목자님과 선영 자매님과 다시 한번 바이블 GPS에 도전 중입니다. 다행히 모두의 의견이 같아 기쁜 마음으로 도전해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두 번째 통독 12일 차 입니다. 첫번째 고비일 거라 생각했던 레위기와 민수기를 별다른 고통 없이 끝냈습니다. 물론 열왕기와 역대기 복병이 기다리고 있어 살짝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잘 통과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반백살 되기 전에 성경 통독 두 번은 했다는 소릴 할 수 있으려면 끝까지 잘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첫 번째 통독 때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없어서 프로그램 나누기를 꺼려했었는데 “저 같은 사람도 끝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 있어요” 하며 끝내는 날 제가 존경하는 밴쿠버 교회 사모님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변화입니다. 그만큼 좋았다는 얘기겠지요. “두 번째 통독” 갈길이 먼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그러했듯이 7월도 금방 옵니다. 기억에도 없는 아무 한 일 없이 보내는 3개월이 아니라 하나님을 조금 더 알아가는 3개월로 남기고 싶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알려주시고, 시작하게 하시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자극 주신 김성은 목사님, 그리고 매일 매일 링크 걸어주신 유목자님과 많은 성경 지식과 다양한 간증으로 감동을 주신 선영 자매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